복음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0,1-2.11-18
1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2 그래서 그 여자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11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다.
그렇게 울면서 무덤 쪽으로 몸을 굽혀 12 들여다보니
하얀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 있었다.
한 천사는 예수님의 시신이 놓였던 자리 머리맡에,
다른 천사는 발치에 있었다.
13 그들이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하고 묻자,
마리아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누가 저의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14 이렇게 말하고 나서 뒤로 돌아선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다.
그러나 예수님이신 줄은 몰랐다.
15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셨다.
마리아는 그분을 정원지기로 생각하고,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분을 옮겨 가셨으면
어디에 모셨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모셔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6 예수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셨다.
마리아는 돌아서서 히브리 말로 “라뿌니!” 하고 불렀다.
이는 ‘스승님!’이라는 뜻이다.
17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하고 전하여라.”
18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에게 가서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하면서,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하신 이 말씀을 전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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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강론 (2024.07.22. / [녹] 연중 제16주간 월요일)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 누구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을까? 성 암브로시오, 성 에프렘, 성 대 알베르토, 그리고 많은 저술가와 교부들은 전승을 바탕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이 가장 먼저 만난 분은 성모님이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영광의 신비 1단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을 묵상합시다.’인 것이다. 그러나 ‘복음’에서 말하는 첫 번째 인물은 마리아 막달레나이다(요한 20, 11-18). 그녀는 예수님을 따랐던 여인 가운데 한 명으로, 예수님께서 일곱 마귀를 쫓아내 주신 여인이었다(루카 8, 2 ; 마르 16, 9). 막달레나는 “막달라의”, “막달라 출신의”란 뜻으로 갈릴래아 서쪽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그녀에 관해 전해주는 복음 구절을 보면, 예수님께로부터 치유의 은총을 입은 뒤, 몇몇 여인들과 함께 예수님 일행을 시중들었고(루카 8, 1-3), 갈릴래아 부인들과 함께 예수님의 죽음과 장례를 지켜보았으며(마태 27, 55-56. 61 ; 요한 19, 25), 오늘 복음 내용처럼 빈 무덤을 확인한 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마태 28, 1-10 ; 마르 16, 1-11 ; 요한 20, 1-18)는 내용에 등장한다.

   전승에 따르면, 성령강림 후 마리아 막달레나는 성모님과 사도 요한과 함께 에페소로 가서 선교하다가 그곳에서 선종하였다고 한다. 한편, 성 그레고리오 1세 교황(590-604)은 마리아 막달레나를 복음에 나오는 다른 여인들, 특히 죄인이나 마리아란 이름을 가진 여인들과 동일 인물로 간주하였다. 즉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요한 7, 53―8, 11),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씻은 여인(루카 7, 36-50), 마르타와 라자로의 동생 마리아(루카 10, 38-42 ; 요한 12, 1-8)가 그들이다. 하지만 성경 연구를 통해 이는 근거 없는 걸로 밝혀졌다. 그래서 1969년엔 특히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과의 연관성은 오해였다고 공식 선언하였다.

   그리고 2016년 6월 3일, 교황청 경신성사성(현 경신성사부)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을 ‘축일’로 격상하는 교령 〈사도들의 사도〉(Apostolorum Apostola)를 발표하였다. “사도들의 사도”라는 말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전한 첫 번째 복음 선포자’란 의미로 성 토마스 아퀴나스(1224/1225~1274)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부여한 호칭이다. 이 교령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가 진정한 복음화의 일꾼, 곧 부활의 핵심적인 기쁜 메시지를 알리는 복음 선포자의 모범”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성녀의 역할과 지위는 오늘 감사송(매일 미사 112쪽)에 명확히 드러난다. “살아 계신 주님을 사랑하였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주님을 뵈었으며, 무덤에 묻히신 주님을 찾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처음으로 경배하였나이다. 주님께서는 동산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시어, 사도들 앞에서 사도 직무의 영예를 주시고, 새로운 삶의 기쁜 소식을 세상 끝까지 전하게 하셨나이다.”

   아무튼 확실한 사실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빈 무덤과 예수님 부활의 첫 증인이며, 일찍이 일곱 마귀가 들렸던 여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마리아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것은 예수님의 부활을 생각지도 못했고, 단지 시신이 없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눈과 마음이 모두 예수님이 계시지 않은 빈 무덤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돌아가셨다는 사실에만 마음을 고정시키고 있었기에, 그 외의 여지나 변수가 있음은 생각지도 못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동산지기로 알아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자신을 애타게 찾자 먼저 다가오셨다.

하지만 자신을 동산지기로 알아보자, 이름을 부르며 정신을 차리게 하셨다. 이처럼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시고, 우리를 먼저 부르고 계신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의 고정 관념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 때, 우리 옆에 계신 예수님을 동산지기로 만들 수 있다. 아마도 그런 탓에 예수님은 우리보고 항상 깨어 있으라고 하신 것 같다. 그러니 세상의 죄와 유혹에서,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판단과 생각들에서 벗어나 항상 깨어 있는 삶을, 늘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