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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0일 금 [백]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01-10 조회수9

복음

<곧 그의 나병이 가셨다.>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12-16

12 예수님께서 어느 한 고을에 계실 때, 온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이렇게 청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13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

14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분부하시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하셨다.

15 그래도 예수님의 소문은 점점 더 퍼져,

많은 군중이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려고 모여 왔다.

16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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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해방의 손

(2025.01.10. / []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한센병이라고도 불리는 나병,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 중 하나입니다. 피부, 신경계, 기도 점막을 침범하여 조직을 변형시키는 병으로, 나균이라는 병원체에 의해 감염됩니다. 피부에 반점이 생겨나 짙어지다가 궤양이 되며, 피부가 벗겨지고 몸이 마비되는 끔찍한 병입니다. 나병은, 성경에 가장 많이 언급된 질병인데, 당시에는 원인과 치료법을 알지 못해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그 두려움이 너무 컸기에, 진짜 나병만이 아니라 피부가 손상되는 모든 질병을 나병이라고 불렀습니다. 레위기에 따르면, 환자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진영 밖에살면서 부정하다!’ 외치며 다녀야 했습니다. 당시의 나병 환자 중에는, ’습진처럼 지금은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에 걸린 경우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나환자들은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되어, 따로 마련된 수용소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온몸이 나병에 걸린 환자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깨끗하게 되고 싶었을 것입니다. 같이 지내던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태어나서 자란 마을에서 떨어져 살아야만 했던 나병 환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상처에서 오는 아픔보다도,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고통이 더 참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다른 이들이 피해 다닌다는 수치심과 공포, 심하게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살아야만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큰 고통을 겪던 환자가, 예수님께서 고쳐 주실 것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으며, 자신을 내맡깁니다.

 

   “하실 수 있으면이라고 의심하거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이라고 조건을 달지도 않습니다. “하늘이 내린 병을, 하늘에서 오신 분께서 낫게 해 주시리라!” 하는 믿음으로 예수님 앞에 달려온 사람. 세상에 집착하는 병으로부터 치유되고 싶다면, 주님께서 주실 모든 것이 좋은 것임을 믿어야 합니다. 세상에 가난해지는 것이 행복임을 믿어야, 가진 것, 그리고 가지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주님 뜻을 온전히 따르지 못하는 것은, 그분께서 주시는 것이 늘 행복으로만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늘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가장 도움이 될만한 것, 가장 좋은 작용을 하는 것을 주십니다.

 

   복음 밖의 우리에게, 나병 환자란 그저 간접적인 차원에서 애처롭게 여기는 대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참 깊이 그들의 고통과 처절함에 함께하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에는, 우리의 이해 밖에서, 고통받는 그 사람과 주님만 알 수 있는 고통이 얼마나 많을까요? 지금까지 얼마나 자주, 형식적인 위로로 그 아픔의 무게를 다 아는 듯 행세했는지를 반성하게 됩니다. 다른 이에게 사랑의 손길로 다가가는 일은 그 자체로 생명입니다. 거기서 생명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손은 심판의 손입니까, 생명의 손입니까? 예수님께서 우리의 손을 이끌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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