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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5일 토 한식 합동위령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04-05 조회수30


한식 합동 위령미사 강론

(2025. 4. 5 ; 답십리 본당)


   오늘은 동지(冬至)에서 105일째 되는 날로,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인 한식이다. 한식은 음력을 기준으로 한 명절이 아닌 탓에 음력 2월에 있을 수도 있고, 음력 3월에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한식을 물한식이라고 하는데, 한식날 비가 오면 그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하니, 올해에는 모두가 행복하고 만족한 추석을 맞았으면 좋겠다.

 

   한식은 오래 사용한 불을 끄고 새로운 불을 피우는 개화(改火) 의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원시 사회에서는 모든 사물이 생명을 갖고 있는데, 생명이란 오래되면 소멸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갱생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불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오래된 불은 생명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다. 그래서 불을 다시 피우는 의례를 주기적으로 거행했는데, 한식은 오래 사용한 불[舊火]의 소멸과 새로 피운 불[新火]의 점화까지의 과도기란 설명이다.

  한식에는 불을 피우는 것을 금하는[禁火] 것 외에도 성묘와 제사 풍습, 계란 위에 누가 그림을 더 잘 그리는지를 겨루는 투란(鬪卵)이란 놀이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특별한 행사 없이 지낸다. 특히 불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찬 음식을 먹는 풍습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도 조상 숭배와 관련된 일들은 이루어지고 있다. 집안에 따라서는 사당에서 조상 제사를 지내기도 하지만, 많은 가정에서는 성묘를 하고 간단한 제사를 지낸다. 그리고 이 날은 손 없는 날 또는 귀신이 꼼짝 않는 날로 여겨서 묘에 잔디를 새로 입히거나 비석 또는 상석을 세우거나 이장을 한다.

 

​  명절 때 쫄쫄 굶은 조상귀신들이 모여 서로 신세를 한탄했다. 씩씩거리며 한 조상귀신이 말했다. “한식날 제사 음식 먹으러 후손 집에 가보니, , 글쎄 이 녀석들이 교통체증 때문에 처갓집에 갈 때 차 막힌다고, 새벽에 벌써 지들끼리 편한 시간에 제사를 지내버렸지 뭔가? 가보니 설거지도 끝나고 다 가버리고 없었어.” 두 번째 분통 터진 조상귀신이 말했다. “자넨 그래도 나은 편이여, 나는 후손 집에 가보니 집이 텅 비었더라구. 알고 보니 해외여행 가서 거기서 제사를 지냈다는 거야. 거길 내가 어떻게 알고 찾아가누?” 아까부터 찡그리고 앉은 다른 조상귀신 왈, “상은 잘 받았는데 택배로 온 음식이 죄다 상해서 그냥 물만 한 그릇 먹고 왔어.” 뿔난 또 다른 귀신은, “나쁜 놈들! 호텔에서 지낸다기에 거기까지 따라갔더니, 전부 플라스틱 음식으로 차려서 이빨만 다치고 왔네.”

  열 받은 다른 조상귀신이 힘없이 말했다. “난 말야. 아예 후손 집에 가지도 않았어. 후손들이 인터넷으로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나도 힘들게 후손 집에 갈 필요 없이 편하게 근처 PC방으로 갔었지.” “그래, 인터넷으로라도 제사상을 받았나?” “먼저 카페에 회원가입을 해야 된다잖아. 귀신이 어떻게 회원가입을 하노? 귀신이라고 가입을 시켜 줘야지! 에이 망할 놈들!”

 

  사실 명절의 의미는 감사함을 표현하는 데 있다. 많은 이들이 조상들을 기려 제사를 지내고 묘소를 돌보는 것은 감사드림의 한 표현이다. 그리고 신자들은 감사의 원천인 하느님께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마련하시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혈족만이 아니라 모든 이웃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 모두가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하느님의 작품이요, 사랑받는 존재이고 사랑을 받아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축복하는 생활로 복을 함께 나누면서 감사의 마음을 키워갈 때 우리 주변은 더욱 빛나고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기는 아름다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그렇게 되라고 예수님께서는 충성스런 종과 불충한 종의 비유를 통해서 너희는 준비하고 있어라.”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행복한 사람이 되라고 하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 세상에서 끝나고, 아무리 많은 복을 받았다 해도 일시적이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복을 주관하시면서, 이 세상을 넘어 영원한 생명, 하느님의 나라를 선물로 주신다. 그분이 주시는 복은 이 세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받으려고 하는 신앙인들이다. 그러니 오늘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며 성묘 가시는 길 안전하게 다녀오시고,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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