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본당 소식
본당 소식 미사강론

미사강론

2025년 10월 23일 목 [녹]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10-23 조회수73

복음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49-5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9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50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51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52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53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2025. 10. 23 ; 답십리 본당)

 

   세상 사람들이 편을 가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이다. (), (), (), ()씨 등으로 성씨나 혈연(血緣)을 기준으로, 혹은 영남(嶺南), 호남(湖南), 남한, 북한 따위로 출신 지방이나 지연(地緣)을 기준으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따위로 출신 학교나 학연(學緣)을 기준으로 편을 가른다. 종교나 종파를 기준으로 편을 가르기도 한다. 이념과 사상을 기준으로 편을 가르기도 하는데 요즘 한국 정치판이 그렇다. 이런 식으로 편을 가르면 싸우고 다툴 일만 생긴다.

 

   그런데 예수님도 편을 가르러 이 세상에 오셨다. 그래서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혈연, 지연, 학연, 종교나 종파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예수님 앞에서 민족과 혈통, 신분과 지위, 종교를 내세우는 것은 어리석은 것일 뿐이다. 하지만 예수님 앞에서 회색(灰色)지대, 즉 중간 지대는 없다. 천사(天使)라 할지라도 악()의 편에 서면 지옥으로 내쫓기게 된다.

 

   그런 것을 보면 예수님께서 십자가형을 받으신 이유는 분명해진다. 우선 예수님의 죄는 국가보안법 위반(國家保安法 違反)이다. 분열을 일으키려고 이 세상에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죄목은 방화범(放火犯)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서에서 불은 물과 함께 정화의 상징이다. 그렇기에불을 지르러 왔다라는 과격한 말씀은 긍정적인 의미로, 세상을 정화하겠다는 의미이다. 예수님이 지르려고 한 불은 하느님을 향해 어떻게 가야할 지 몰라 하는 백성의 앞길을 밝혀줄 희망의 불이다. 또한자기 자신이란 속박에 갇혀 있는 우리들을 해방시켜 줄 자유의 불이다. 죄와 타락으로 얼룩진 이 세상을 말끔히 씻어주고, 정리해줄 정의와 심판의 불이다.

 

   그로 인해 이제 사람들은 두 진영으로 갈라서게 되었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는 사람들과, 끝까지 그분을 거절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로 나눠진다. 결국 분열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분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서슴없이 내놓는 이들이 나타났다. 또 가족간에도 예수님 때문에 갈라서게 되었다. 그런데 예수님 앞에서 한 가족이 서로 갈라서게 되는 이유는 종교나 종파 때문이 아니라 선과 악, 진리와 거짓, 사랑과 증오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들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이란 개념이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예수님은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분명한 태도와 결단을 요구하시는 것이다. 하느님의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세상의 편에 설 것인지, 사랑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 것인지 결단을 요구하신다. 실상 이 자리에 있는 우리는 하느님 편에 서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조금은 더 올바르게 살겠다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 안에도 불이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사랑의 불길이 필요하다. 불의한 세상과 죄로 물든 인간을 변화시킬 은총의 불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불이 이미 우리에게 있다. 바로 우리가 세례와 견진을 통해 받은 성령이다. 그렇다면 그 불이 타오르게, 성령께서 내 안에서 활동하실 수 있도록 하자. 내가 어떤 생각을 하려고 하지 말고, 마음속에서 들려주시는 성령의 소리를 듣자. 조금만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으려는 결심만 하자. 우리가 해야 할 말과 행동을 알려주실 것이다. 그 소리를 듣고 실천해보자. 우리도 이 세상을 밝히는, 옳고 진실된 것만이 인정받는, 그래서 더 이상 아픔과 고통이 없는 세상을 만들도록 해 줄 것이다.

파일첨부                        
이전글 2025년 10월 24일 금 [녹]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다음글 2025년 10월 22일 수 [녹] 연중 제29주간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