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24-30

그때에 예수님께서 비유를 들어 군중에게 24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에 비길 수 있다.

25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 그의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에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

26 줄기가 나서 열매를 맺을 때에 가라지들도 드러났다.

27 그래서 종들이 집주인에게 가서,

‘주인님,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가라지는 어디서 생겼습니까?’ 하고 묻자,

28 ‘원수가 그렇게 하였구나.’ 하고 집주인이 말하였다.

종들이 ‘그러면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 하고 묻자,

29 그는 이렇게 일렀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30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두어라.

수확 때에 내가 일꾼들에게,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고 하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때를 기다리시는 하느님”

(2024.07.27. / [녹] 연중 제 16주간 토요일)

  오늘은 예수님께서, ‘밀밭에 자란 가라지의 비유’를 통해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고 싶어 하십니다. 밀이 다 자라기 전에는 무엇이 밀이고 가라지인지 확실치 않아, 주인은 가라지를 뽑지 않고 기다립니다. 섣불리 밭을 정리하다가 멀쩡한 싹을 뽑지 않을까 염려하며, 잔뜩 화가 난 종들의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복음의 비유 속에 등장하는 주인은, 행동할 때를 잘 알고 있으며, 또 생각이 매우 깊은 사람입니다. 현명한 주인처럼, 예수님께서도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라지가 함께 자라고 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라. 모두 나에게 맡겨라. 농부는 네가 아니라 나다.

너는 내가 이끄는 대로 자라기만 해 다오. 네 안에 섞여들어온 가라지를, 지금은 그대로 두겠다.

너의 밭이 밀밭에서 가라지밭이 된 것은 아니다. 나에게 맡기기만 하면 된다. 내가 농부이다.

  오늘 말씀은 큰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주님은 선하고 자비하시며, 참고 기다려주는 분이십니다. 주님께서는 밭에 뿌려진 씨앗 가운데 밀뿐만이 아니라 가라지가 있는 것을 아시고도, 이를 뽑아 버리자는 종의 탄원에,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자고 하십니다.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빨리 가라지를 뽑아 정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밀도 방해받지 않고, 훨씬 더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으십니다. 그 대신, 모두가 다 구원받을 수 있기를 원하시고 마지막까지 기다리시는 것을 선택하십니다.

  참고 견디며 기다리는 것도 사랑입니다. 그것은 우선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고, 지금 바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마지막까지 열어 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더 발전할수록 우리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것에 익숙해져 갑니다. 훨씬 편하게 세상을 살아가게 되지만, 동시에 인내심은 줄어들고 조급함만 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집중력도 중요하지만, 숲을 볼 줄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넓고 깊게, 크게 오래 기다리고 지켜보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닮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빠른 길보다는 튼튼한 길을 내어 주시는 하느님을 따라, 모세와 함께 하느님을 따른 이스라엘처럼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 가장 좋은 것을 주실 아버지 하느님의 길을, 오늘도 충실히 걸어갑니다. 주님의 인내와 기다림을 우리가 어떻게 본받을 수 있을지, 깊이 묵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