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모세는 너희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너희가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9,3-12

그때에 3 바리사이들이 다가와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하고 물었다.

4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는 읽어 보지 않았느냐?

창조주께서 처음부터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나서,

5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하고 이르셨다.

6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7 그들이 다시 예수님께, “그렇다면 어찌하여 모세는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려라.’ 하고 명령하였습니까?” 하자,

8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모세는 너희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너희가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9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불륜을 저지른 경우 외에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는 자는 간음하는 것이다.”

10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아내에 대한 남편의 처지가 그러하다면

혼인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1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모든 사람이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락된 이들만 받아들일 수 있다.

12 사실 모태에서부터 고자로 태어난 이들도 있고,

사람들 손에 고자가 된 이들도 있으며,

하늘 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이들도 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받아들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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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의 약속”

(2024.08.16. / [녹] 연중 제 19주간 금요일)

   결혼한 사람들이, 혼인 때의 약속을 끝까지 지킬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오늘 “모든 사람이 ‘당신의’ 말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요즘 들어, 개인의 자유와 삶의 소중함을 이유로, 나이에 상관없이 이혼하는 부부가 많아졌습니다. 혼인 서약이 그리 가벼운 것인지, 개인주의 때문에 혼인 공동체가 끊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혼인을 앞둔 분들과 면담하면서 ‘혼인 전 당사자의 진술서’를 받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진술서의 질문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 혼인에 어떠한 조건이 있습니까?” 교회법에서는, ‘조건부로 맺은 혼인’은 유효한 혼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교회법 1102조) 그런데 요즘 결혼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벌이나 경제적 능력, 가문, 성격 등의 “조건”을 요구합니다. 혼인은 흥정이나 거래가 아닙니다. 혼인에 굳이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서로의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 자기에게 맞는 짝과 하나를 이루도록 하셨습니다. 혼인은 하느님의 계획에 근거를 두며, 이혼은 이미 처음부터 하느님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교회는, 하느님의 이러한 뜻을 받들어 혼인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이야기합니다. 혼인의 근원이신 하느님께로 시선을 돌려, 하느님께서 맺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함을 확인하십니다.

   혼인도, 독신도 주님과의 약속입니다. 예수님은 그 ‘부르심’을 아무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십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사랑과 존경을 약속하지만, 삶의 여정이 힘들고 괴로워 약속이 희미해지기도 합니다. 독신으로 살아가는 성직자와 수도자, 또 개인적인 서원을 거친 이들도, 결심에서 멀어질 때가 많습니다. 오늘 말씀은, 부르심에 대한 충실함이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율법도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합니다. 약함을 탓하기보다, 성실히 살며 하느님의 은총을 기억해야 합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의 모습이 어떻든, 누구에게나 결심과 부르심에 저항하는 위기는 찾아옵니다. 그러한 순간이 오더라도, 모든 부르심에 이러한 위기가 따른다는 것을 기억하며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예수님께도, 모든 신앙인들에게도 그러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길에서 힘을 주실 것입니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