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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강론

2024년 8월 21일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4-08-21 조회수59

복음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0,1-1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1 “하늘 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

2 그는 일꾼들과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고

그들을 자기 포도밭으로 보냈다.

3 그가 또 아홉 시쯤에 나가 보니

다른 이들이 하는 일 없이 장터에 서 있었다.

4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정당한 삯을 주겠소.’ 하고 말하자, 5 그들이 갔다.

그는 다시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쯤에도 나가서 그와 같이 하였다.

6 그리고 오후 다섯 시쯤에도 나가 보니

또 다른 이들이 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 하고 물으니,

7 그들이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8 저녁때가 되자 포도밭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말하였다.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이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이들에게까지 품삯을 내주시오.’

9 그리하여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이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 받았다.

10 그래서 맨 먼저 온 이들은 차례가 되자

자기들은 더 받으려니 생각하였는데,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만 받았다.

11 그것을 받아 들고 그들은 밭 임자에게 투덜거리면서,

12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다.

13 그러자 그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14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15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16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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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는 차원이 다른, 하느님의 정의

(2024.08.21. / []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제가 어릴 때에는, 주일학교에서 은총표라는 것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미사에 매주 오거나, 교리를 듣고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면 선생님들이 그 표를 나누어주고는 하셨지요. 그렇게 잘 모은 은총표를, 여름이나 성탄 시기가 되면 은총 잔치에서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었습니다. 은총표가 많을수록, 더 많이 즐길 수 있었기에, 서로 경쟁하듯 교리와 미사에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에게 은총이라는 말 대신, ‘기쁨이나 다른 좋은 표현을 사용합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가 알려주는 것처럼,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은 으로 계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사회 사상가였던 러스킨은, 오늘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비유에 깊은 감명을 받고, 연민과 도덕이 없는 자본주의와 자유주의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큰 해악을 격렬하게 비판하였습니다. 그는 이 비유의 정신이야말로, 효율성 앞에 인간이 평가절하된 사회를 변화시킬 열쇠라고 확신했습니다. 그의 비판과 대안이 담긴 네 편의 글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의 제목이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입니다. 그래서 그의 경제학에는 다른 경제학에서 말하지 않는 도덕, 정직, 신뢰, 영혼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굶주린 모자가 한 조각의 빵을 두고 싸우지 않듯, 인간관계를 무조건 경쟁으로 가정할 수는 없다.’ 러스킨이 감명받은 오늘의 비유는, 주인의 너그러움과 함께 마지막 사람을 위한 지혜가 돋보입니다. 처음 사람들과의 계약도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며, 마지막 사람들도 소외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러스킨은, ‘예수님의 셈법을 택해야 결국 사회가 지속된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내다본 것입니다.



 


  예수님의 셈법은, 사람을 소모품 혹은 이윤을 내는 도구로만 치부하는 기계적인 경제학을 거부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수님 당대에도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은 생활이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그날그날 벌어 살아가야 했기에, 이른 새벽부터 장터에 나와 일거리를 줄 사람을 기다렸던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게으름 탓이 아니라, 아무도 일을 주지 않았기에 늦게까지 장터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일한 시간에 관계없이 똑같이 삯을 준 것은, 아침부터 열심히 일한 이들에게는 공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노동의 의무와,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을 자격도 있습니다. 주인은 먼저 온 사람에게 불의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온 사람에게 자비를 베푼 것입니다.

 

  세상은 사람에 따라 을 차별하려 하겠지만,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해와 비를 내려 주십니다. 포도밭 주인의 모습처럼, 모든 이에게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의 관대하심을 묵상해 보아야 합니다. 인격적 존엄을 침해받는 이웃을 향해, 경제 논리가 아닌 연민과 역지사지의 마음을 발휘할 때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이유는, 복음을 먼저 들은 우리의 구원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고 용서하시는 하느님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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