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1-11

1 예수님께서 겐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시고,

군중은 그분께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였다.

2 그분께서는 호숫가에 대어 놓은 배 두 척을 보셨다.

어부들은 거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었다.

3 예수님께서는 그 두 배 가운데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그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신 다음,

그 배에 앉으시어 군중을 가르치셨다.

4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5 시몬이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6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7 그래서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고 하였다.

동료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8 시몬 베드로가 그것을 보고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하였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9 사실 베드로도,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자기들이 잡은 그 많은 고기를 보고 몹시 놀랐던 것이다.

10 시몬의 동업자인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그러하였다.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11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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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강론 (2024.09.5.목 / [녹] 연중 제 22주간 목요일)

  오늘 예수님은 겐네사렛 호숫가에서 당신께 몰려든 군중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시는 중에 베드로의 배 위에 올라 계속 가르치셨다. 이윽고 말씀을 마치신 예수님은 밤새도록 물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고 허탕 친 어부들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라고 말씀하셨다.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은 고기잡이 전문가들이었지만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한다. 그리고 놀라운 체험을 하는데,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고기가 잡혔다. 베드로가 자신의 자아와 고집, 지식과 경험을 내려놓았기에 예수님의 권능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사도 바오로는 제1독서에서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이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자신이 아는 것,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맞지 않다고 여기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에서 주님을 만나는 일이 발생한다. 베드로는 끌어올린 그물에서 많은 고기와 함께 자신의 지식에 대한 한계도 깨달았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많은 죄도 보았다.

  그래서 베드로는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일에 엄청 놀란 데다 두려움까지 느낀 것이다. 그저 평범한 어부에 불과한 자신과, 기적을 일으키시고 하느님 말씀을 가르치시는 존재가 나란히,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사실 자신이 죄인이라는 자각은 하나의 선물이다. 이는 지나친 죄책감이나 죄의식으로 짓눌리지 않으면서 자기 자신의 존재를 겸손하고 건강하게 가늠할 수 있는 은총이다.

  이에 예수님은 베드로의 “죄인”이라는 자기 고백을 만류하거나 부정하지 않으시고, 지워버리지도 않으신 채 그 위에 소명을 얹어 주신다. 그래서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고 하신다. 죄인이라는 사실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피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베드로의 ‘변화’는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앎’을 버릴 때 찾아왔다. 이처럼 우리의 변화는 자신이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변화되는 대상이 될 때 온다. 곧 변화하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되는 존재가 될 때, 변화의 영이신 성령께서 우리를 변화시키신다. 그러기에 변화는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요, 회개 역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에 대한 수락에 의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앎’을 버리고, 말씀을 수용할 때 생겨나는 은총이다.

그래서 토마스 아퀴나스는 “하느님께서는 전능하시지만 무능하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자유롭게 동의하지 않을 때에는 무능하시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우리가 진정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의 ‘앎’을 내려놓고 예수님의 말씀을 수락해야 한다.

  사실 우리는 이미 배를 뭍에 대어 놓고,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선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제는 더 이상 ‘나의 배’가 필요하지 않다. 내가 이미 ‘주님의 배’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님의 뜻에 따라 항해하는 주님의 배일 뿐이다. 그러니 예수님의 말씀대로 움직이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