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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강론

2024년 9월 12일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4-09-12 조회수164

복음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27-3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7 “내 말을 듣고 있는 너희에게 내가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28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29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는 속옷도 가져가게 내버려두어라.

30 달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주고,

네 것을 가져가는 이에게서 되찾으려고 하지 마라.

31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32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한다.

33 너희가 자기에게 잘해 주는 이들에게만 잘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그것은 한다.

34 너희가 도로 받을 가망이 있는 이들에게만 꾸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고스란히 되받을 요량으로 서로 꾸어 준다.

35 그러나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께서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이다.

36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37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38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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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강론 (2024.09.12./ [] 연중 제 23주간 목요일)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받았는지 자주 잊고 산다. 또한 지극히 단순하게 나만의 하느님이 되어 주십사 청하기도 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우리에게 우리는 모두 하나이고 한 공동체이며, 이 공동체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신다.

 

  혹시 하마를 아는가? 조금 우스꽝스러운 얼굴과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는 하마는 순진한 것 같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아주 사납게 변한단다. 하마는 호수·하천·늪 등에서 지내고, 하루 중 대부분을 물속에서 산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헤엄을 잘 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몸이 거대한 하마는 헤엄치지 않고 그냥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올 뿐이란다. 실제로 어느 동물원에 큰비로 홍수가 났는데, 사육사들은 다른 동물들을 피신시키면서 하마는 헤엄칠 줄 아니까 제일 나중에 구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하마는 헤엄을 치지 못해서 모두 익사하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웃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들 역시 지레짐작으로 이웃을 평가하고 판단했던 적이 얼마나 많은가? 잘할 줄 알았지만 전혀 못 할 수도 있고, 또 그 반대로 못할 것 같지만 너무나 잘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자기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판단으로 인해 이웃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준다.

 

  그런 탓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나에게 손해를 끼치고, 고통이라는 감옥에 가두고 많은 것을 앗아간 원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이 말씀은 실천하기에 너무 가혹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원수를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어렵다고, 그래서 깊은 신앙심이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성급히 단정 지어 말하자면, 원수는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닐까 싶다. 다른 이가 내뱉는 몇 마디로 원수라 규정하고, 이웃의 불편한 행동 몇 가지로 웬수를 만들어 버리는 우리의 옹졸함이 원수를 매일같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예수님의 원수를 사랑하여라.”라는 말씀이 정말로 원수를, 적을, 나쁜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일까? 아니다. 그런 사람은 원수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을 안 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그럼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자기 아내, 자기 남편, 자기 자녀, 자기 부모들이다. 이들을 열심히 사랑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사실 남에게 피해를 주며 사는 삶이 얼마나 불쌍하고 안타까운 것인지 안다면 그 사람을 미워하기보다는 연민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내가 행복하지 못하니 그 사람에 대한 미운 마음이 가시지 않는 것이고, 그 미움이 커져서 원수로 대하는 것이다.

 

  그러니 용서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이 세상 것엔 흥미를 갖지 않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려고 해야 한다. 내가 관심 없는 것을 갖고 무슨 짓을 하든 어떻게 미운 마음이 생길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성인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가져가는 사람들까지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원수마저 사랑하는 것은, 우리 존재의 목적과 이유를 위한 것이지 타인의 잘잘못을 심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롭게 되는 것, 나의 용서로 나의 삶이 사랑으로 풍요로워지게 하기 위해서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에게 애당초 원수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니, 원수는 내 마음이 만든 우상일 뿐이다. 그러니 사랑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세상을 보는 내 마음이 어떠한지 먼저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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