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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강론

2024년 9월 13일 연중 제23주간 금요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4-09-13 조회수177

복음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39-42

그때에 예수님께서 비유를 들어 제자들에게 39 이르셨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40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41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42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아우야! 가만,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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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강론 (2024.09.13./ [] 연중 제 23주간 금요일)


  초대 교회는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설렘과 동시에 재림에 대한 갖가지 해석으로 몸살을 앓았다.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모습은 대개 두 가지 삶의 자세로 나타났다. 먼저, 제대로 살아야 예수님께서 얼른 오신다는 생각을 가지고 누구보다 잘 살고자 애쓴 사람들이 있었다. 이와는 달리, 기다려도 예수님께서 안 오시니 신앙생활이 점점 나태해지고 세상 유혹에 쉽게 흔들리고 자기 삶에 대한 각성 없이 물 흐르듯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나태하고 게으른 이들이 아니라, 더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있었다. 열심한 만큼 자신들의 엄격한 잣대로 나태하고 게으른 이들을 비난하였는데, 그 비난은 공동체의 분열을 초래하였다. 그렇게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자기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는이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자잘한 잘못을 확대해석하여 형제와 이웃을 마치 악마를 보듯 대하였다.

 

  이때 라고 번역된 단어(κάρφος)는 지푸라기나 왕겨 등을 의미한다. 반면 들보라고 번역된 단어(δοκς)는 건물을 바치는 기둥, 혹은 서까래를 의미한다. 타인의 조그마한 결점을 상징하는 와 자신의 큰 허물을 상징하는 들보라는 서로 대조되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이 구절의 내용이 강조된다. 인간의 눈 속에 지붕을 받치는 재목인 들보가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는 점에서 이것은 매우 심한 과장법이다. 이러한 과장법을 통해 예수님께서 전달하시고자 하는 교훈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작은 도덕적 잘못이나 교리적 오류에 대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찾아 예리하게 지적하지만, 자신이 가진 더 큰 잘못, 즉 마치 들보와 같은 결함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음을 신랄하게 지적하신다.

  여기서 가장 대표적인 들보와 같은 결함은 바로 자신이 가진 죄악을 보지 못하는 영적 무지와 형제에 대한 사랑이 없는 가혹한 마음이다. 또한 이 구절에 나오는 동사들이 모두 2인칭 단수로 쓰였는데, 이것은 예수님께서 지금 당신 말씀을 듣고 있는 사람들 개개인이 바로 이러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을 일일이 지적하는 심정으로 말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잘못에 대한 훈계나 비난이 아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함부로 대하는 예의 없음이나, 보수의 이름으로 전통이나 관행을 무작정 옹호하는 어리석음을 찬찬히 되짚어 보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는 형제고, 형제여야 한다. 그런데도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아집이 우리 눈을 멀게 하고, 자꾸만 어두운 구덩이에 빠져들게 한다. 더구나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의미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서로에 대한 인정 없이 자기 목소리의 정당성만을 외치는 이의 정의로움은 참 애처롭고 서글픈 것이다. 그냥 말없이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손, 그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그러니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상대에게는 엄격한 위선적인 것보다, 자신에게 더 엄격하고 상대에게는 관대한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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