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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30일 월 [백]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4-09-30 조회수156

복음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9,46-50
그때에 46 제자들 가운데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그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났다.
47 예수님께서는 그들 마음속의 생각을 아시고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곁에 세우신 다음, 48 그들에게 이르셨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49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와 함께 스승님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50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막지 마라.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너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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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강론(2024.09.30. / []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어렸을 때, 동네에 뱀장수, 약장수가 오면 호기심에 기웃거렸던 적이 있다. 그러면 그 장사꾼들이 꼭 했던 말이 있다. “애들은 가라!” 이 말을 다시 고쳐 보면, 애들은 돈이 안 된다는 말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런 애들을 당신 곁에 세우신다. 인간이 덜된 존재로 하찮게 여기던 어린이를 통하여 예수님은 가장 큰 사람의 가능성을 언급하신다.

  사실 누가 큰 사람인지 답이 분명한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누구든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한 사회가 하느님 나라가 멀지 않은 사회이다. 지금의 기준으로 선악과 정의를 논하면서 흡족해하는 이들의 편협성을 오늘 복음은 질타한다. 절대 선과 정의를 좇고 있는 신앙인은 자신의 판단과 식별 안에 아름다운 척하는 섬뜩한 악마가 함께 있음을 늘 기억해야 한다. 그러니 자신의 판단과 식별을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예로니모(Eusebius Sophronius Hieronymus, 347-420) 사제 학자의 삶만 봐도 그런 것 같다. 그 역시 혈기 왕성했기에, 청소년기·청년기 시절 껌 좀 씹었던가 보다. 숱한 오류와 방황의 시절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예로니모의 젊은 시절은 콘스탄티누스 대제(306-337)가 가톨릭에 신앙의 자유를 허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 오랫동안 성행해오던 이교 사상이나 우상숭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리스도교로 개종했지만, 과거의 악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신자들도 많았다. 예로니모 역시 그런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예로니모를 호되게 치셨다. 그는 치명적인 중병에 걸렸고, 오랜 세월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그제서야 예로니모는 그릇된 지난 삶을 크게 후회하면서 회심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는 충실한 신앙생활을 영위하는데 장애물이 많았던 도시 로마를 즉시 떠났다. 카르치스 광야, 안티오키아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넘어가 수도 생활에 전념한다. 그런데 우리 모두 체험하는 바지만, 한번 길들여진 세상의 맛, 향락적 삶의 맛을 단칼에 끊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예로니모 역시 그랬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새 삶을 추구했지만, 문득문득 과거의 달콤했던 세속의 맛이 떠올라 그를 괴롭혔다. 그 유혹이 얼마나 컸던지, 몇 번이고 다 때려 치고 돌아가고 싶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큰 유혹 앞에서 예로니모는 하느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 다가오는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성경책을 펼쳐 들었다. 예로니모는 성경을 보다 더 잘 공부하기 위해 배우기 어렵기로 유명한 히브리어·

칼데아어를 독학으로 습득했다. 그리고 385년부터 404년까지 20여 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거듭한 결과, 마침내 신구약 성경 모두를 라틴어로 완벽하게 번역했다. 그 유명한 불가타 역(versio vulgata) 성경을 완역한 것인데, 이것이 가톨릭교회의 표준본이 되었다.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성경 공부와 묵상에 우선권을 두라는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정말 필요한 말씀이다. 예로니모는 성경을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성경이 여러분을 보호해 줄 것입니다. 성경을 흠모하십시오. 그러면 성경이 여러분을 감싸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성경을 파고드십시오. 성경 안에서 찾으십시오. 거기서 모든 것을 다 얻을 것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사람은 하느님의 권능도 하느님의 지혜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니 삶에 의문이 생길 때, 예기치 않았던 고통이 난데없이 찾아올 때, 백번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고 억울해서 미칠 지경일 때, 다른 모든 것 다 제쳐두고 성경을 펼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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