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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7일 목 [홍]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4-10-17 조회수210

복음

<아벨의 피부터 즈카르야의 피에 이르기까지 예언자들의 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47-54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47 “너희는 불행하여라!

바로 너희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너희가 만들기 때문이다.

48 이렇게 너희 조상들은 예언자들을 죽이고

너희는 그들의 무덤을 만들고 있으니,

조상들이 저지른 소행을 너희가 증언하고 또 동조하는 것이다.

49 그래서 하느님의 지혜도,

내가 예언자들과 사도들을 그들에게 보낼 터인데,

그들은 이들 가운데에서 더러는 죽이고

더러는 박해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50 그러니 세상 창조 이래 쏟아진 모든 예언자의 피에 대한 책임을

이 세대가 져야 할 것이다.

51 아벨의 피부터, 제단과 성소 사이에서 죽어 간

즈카르야의 피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52 불행하여라, 너희 율법 교사들아!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53 예수님께서 그 집을 나오시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독한 앙심을 품고

많은 질문으로 그분을 몰아대기 시작하였다.

54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그분을 옭아매려고 노렸던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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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강론 (2024.10.17./ []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시는데, 그건 그들과 그들의 조상들이 예언자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박해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나아가 이젠 예수님의 정체를 깨닫지 못하고 박해하면서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지 않고, 하느님께 나아가려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사실 당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십계명을, 또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가르치기보다는 세부적이고 세밀한 법규들을 만들어 그것의 준수가 십계명 준수이고, 올바른 신앙이고,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그것의 준수 여부가 세상에서 죽고 사는 문제처럼 생각토록 만들었다.

 

  그러니 사회 정의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하느님의 뜻, 그리고 겸손한 마음을 가르쳤던 예언자들은 율법을 어긋나게 가르치는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죽임을 당하였다. 마찬가지로 예수님 역시 예전에 예언자들이 알려주었던 사회 정의와 자비심, 사랑을 실천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기라고 한 것인데,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이를 그릇된 가르침이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더구나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들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었기에, 그들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께 독한 앙심을 갖게 된 것이고 그분을 옭아매려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성찰하면서 내 안에서 바라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모습을 찾아보아야 한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단죄하고 비난하는 잘못을 하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타인과 구분 짓는 교만을 뉘우쳐야 한다. 자신의 위선을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으로 가리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억울한 오해를 받았다며 앙심과 보복을 떠올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고, 바리사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오늘 기념하는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님 이름 뒤에 붙는 수식어들은 엄청나다. ‘사도 요한의 제자’,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 ‘초기 교회의 대표 순교자’, 그리고 안티오키아 교구의 제2대 주교등이다. 이냐시오 주교님의 순교는 추억의 명화 쿼바디스벤허같은 영화에 등장하던 초기 신자들의 최후 장면과 거의 흡사했다. 수만 명이 들어서는 콜로세움 안에는 순교자들의 죽음을 보기 위해 수많은 군중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자리잡고 있었고, 순교자가 처형되기 전 검투사들의 목숨 건 결투가 진행되는데, 패배한 검투사는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다. 분위기가 최고조에 도달하면 드디어 순교자들이 경기장 한가운데로 끌려 나왔다. 이어서 육중한 철문이 열리면 잔뜩 굶주린 사자 떼가 우르르 몰려나왔다. 허기진 사자들은 순교자들에게 달려들어 닥치는 대로 물어뜯으며 포식을 즐겼고, 그 모습에 관중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그 길로 가는 이냐시오의 체포에서 순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잔인하고 혹독했지만, 이냐시오 주교님은 당당히 그 길을 걸어가셨다. 안티오키아에서 체포된 주교님은 로마로 압송되어가는 과정에서 죄수라기보다는 영웅이요 개선장군 같은 모습을 보이셨다. 압송되어가는 당신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고 통곡하는 사람들을 향해 주교님은 오히려 그들을 따뜻이 위로했고 격려했다.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을 내라고 외치셨다. 그런 그리스도교 신자들에 대한 걱정이 압송 중에 쓴 일곱 통의 편지 안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분은 나의 간청입니다. 불필요한 호의를 나에게 베풀지 마십시오. 나를 맹수의 먹이가 되게 버려두십시오. 나는 그것을 통해 하느님께 갈 수 있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밀알입니다. 나는 맹수의 이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것입니다. 이 맹수라는 도구를 통해서 내가 하느님께 봉헌된 희생 제물이 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께 기도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쾌락도 지상의 모든 왕국도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 세상 극변까지 다스리는 것보다 그리스도 예수와 일치하기 위해 죽는 것이 나에게는 더 좋습니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 죽으신 바로 그분이며 내가 원하는 것은 우리를 위해 부활하신 바로 그분입니다.”

 

   그러니 똑바로 살자. 더 많이 존경받고 인정받고 이해받으려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다가 그 욕심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것까지 다 잃어버릴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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