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8일 금 [홍]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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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4-10-18 조회수44 |
복음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1-9 그때에 1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2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3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4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5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6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7 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주는 것을 먹고 마셔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마라. 8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면 차려 주는 음식을 먹어라. 9 그곳 병자들을 고쳐 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미사강론 (2024.10.18.금 / [홍]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자매님 두 분이 모여 자기 아이 자랑을 하기 시작하였다. 한 자매가 “우리 아이는 참 착해요. 반찬 투정도 안 하고 돈 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아요.”라고 하자, 다른 자매는 “우리 아이는 부모에게 절대 반항을 하지 않고, 밖에 나가 늦게까지 돌아다니지도 않아요.”라고 하였다. 이에 상대 자매가 “아이가 몇 살이에요?”라고 물었고, “이제 돌 지났는데 그쪽은요?”라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 자매는 웃으며 “우리 애는 이제 백일 지났어요.”라고 말하였다. 하긴 엄마 입장에서는 백일이든, 돌 지난 아이가 하는 행동이든 무엇이든지 다 대단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런 모습들이 우리들에게서도 자주 보여진다. 그래서 남들보다 자신이 더 낫다는 생각에 자랑을 하고, 별것도 아닌 것을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어 안달을 부린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는 교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겸손을 통해서만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을 드러내려는 사람들은 많은 것에 불평불만을 갖지만, 자신을 낮추는 사람들은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예수님을 전하고 사도 바오로의 협조자로 늘 뒤에 있었던 루카는 바오로 사도의 선교 여행에 두 번씩이나 참여하였다. 그리고 바오로가 로마에 수감되었을 때도 함께 있었다. 그래서 오늘 독서에서 “루카만 나와 함께 있습니다.”라고 바오로가 적고 있다. 바오로 사도의 순교 후 그는 그리스로 건너가 그곳에서 살았으며, 서기 70~90년 사이에 그리스에서 루카 복음서를 기록하였고 사도행전 또한 그가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승에 따르면, 그는 80세가 넘어 선종하였다고 한다. 성경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루카 복음사가는 환자들을 향한 연민의 마음으로 가득 찼던 ‘사랑하는 의사’(콜로 4, 14)였다. 루카는 시리아 출신이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의 심정과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의사였기에 앓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 잘 헤아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복음은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 이방인들과 떠도는 사람들, 환자와 죽어가는 사람들, 죄인들과 손가락질 받던 사람들을 향한 연민과 측은지심으로 가득 찬 사랑의 복음서이다. 그런 탓에 하느님 아버지의 한없는 따뜻함, 부드러움, 자상함이 가득하고 온통 결점투성이고 죄와 상처뿐인 인간들을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그윽한 눈길,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복음을 전하라고 일흔두 명의 제자들을 파견하는 오늘 복음도 마찬가지다. 이 ‘일흔두 명의 제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아마도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파견하시면서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라고 하셨다. 그 결과 제자들은 빈털터리로 길을 나섰으니 자신들은 물론이고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을 만나도 그들을 도와줄 돈도 양식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세상과 무엇을 나누었을까? 불교의 가르침에는 돈 없이 베푸는 일곱 가지 보시[無財七施]가 있다(《雜寶藏經》). 이에 따르면 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和顔悅色施],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言辭施], 착하고 어진 마음[心施],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眼施], 예의 바르고 친절함[身施], 다른 사람에게 자리 양보[床座施], 묻지 않고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도와줌[察施]이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제자들이 가지고 간 것은 예수님께 받은 사랑과 격려, 용기, 배려, 믿음과 같은 아름다운 미덕이었을 것이다. 돈이나 식량으로 베풀면 한계가 있지만, 그들이 가진 정신적 가치는 아무리 베풀고 나누어도 모자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흔두 명의 제자들은 세상을 뒤흔들려고 가는 영웅도 아니었고, 한판 힘겨루기로 담판을 지으러 가는 투사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세상의 질서와 전혀 다른 질서 속에 살면서도 다투지 않는 비폭력 무저항의 모습이었고, 토론이나 유창한 설교도 아니고 일상의 삶 속에서 묵묵히, 그러나 당당하게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고, 자신의 온 삶으로 증명하라고 파견된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오늘 나는 내가 선 이 자리에서 세상을 향해 무엇을 증거하고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를 앞세우고 있는가? 혹시 그분의 이름을 빌어 자신을 앞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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