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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일 토 [자]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4-11-05 조회수33

복음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25-30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26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7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28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30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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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강론  (2024.11.02./ []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오늘은 이 세상에서 살다가 떠나가신 모든 분들, 특히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기억하는 위령의 날이다. 본래 어제 모든 성인 대축일이 초기 교회 때부터 세상을 떠난 모든 분들을 기억하는 날이었는데, 14세기경 111일은 모든 성인 대축일이 되고, 2일은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어제는 세상을 떠나 영광스럽게 된 분들을 기억하였고, 오늘은 아직 하느님의 품으로 들어가지 못한 분들을 기억하는 날이 되었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이틀 모두 이 세상에서 살다가 돌아가신 모든 분들을 기억하는 날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실 살아 숨 쉬며 움직이고 이것저것을 하였던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든지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남겨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도 있겠지만,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죽음 후의 일 때문에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미사의 복음은 우리가 만나야 할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라는 말씀은 이웃을 보살피고 사랑하려고 고생하였거나 세상살이의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였던 우리의 시간을 하느님께서는 소중히 여기신다는 것이다.

 

   실상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뇌리에 기쁨으로 남는 것은 그 사람과의 좋은 추억들과 행복했던 시간들이다. 불편하였던 이해관계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면, 남는 것은 떠나가신 분의 자비롭고 관대하였던 모습들이고 그것이 우리에게 기쁨과 감동을 준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분들을 기억하는 오늘 우리는 떠난 분들을 생각하고 슬퍼할 수 있다. 또 눈물 없이는 기억하지 못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우리에게 떠나신 분들을 기억하며 슬픔에 잠겨 있으라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활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기 때문이다. 사도신경에서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라고 할 때, ‘모든 성인의 통공이란 세상과 하느님 나라, 그리고 연옥 영혼들이 모두 그리스도의 신비체이기에 서로 연결된다는 교리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고, 또한 하느님 나라에 있는 성인들의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 잘 죽어야 한다. 세상을 떠난 동생 신부의 휴대폰을 해제하는 과정 중에 내용을 둘러보다 보니 메모장에 교황 베네딕도 13(1724-1730)착한 죽음을 준비하는 기도라는 글이 있었다. “자애 깊으신 주 예수님, 당신의 고난과 피땀과 죽으심으로 청하오니 제가 준비 없는 불의의 죽음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지극히 인자하신 주 예수님, 당신이 당하신 극심한 고통과 혹독한 편태와 가시관으로 청하오니, 제가 준비 없이 또 성사를 받지 못한 채 죽음을 당하지 말게 하소서./ 저의 하느님이신 사랑하올 예수님, 당신의 모든 고통과 성혈과 상처로 청하오니, 저로 하여금 황급히 이 세상을 떠나지 말게 하소서./ 저의 구원자이신 예수님, 당신이 만드신 이 생명을 황급히 부르지 마시고 죄를 보속할 시간을 주소서./ 영원히 주님을 사랑하고 찬미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 안에서 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주 예수님, 우리에게 주신 사랑의 표시인 십자가상의 다섯 상처로 청하오니, 세상의 모든 이를 구원하기 위해 흘리신 그 거룩한 피로 구원된 이 종이 착한 죽음을 맞게 도움 주소서. 아멘.”

 

   이 기도문의 내용처럼 준비되지 않은 죽음, 성사를 받지 못하고 황급히 떠나는 죽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그러니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당사자만이 아니라 가족들이 더 잘 챙겨야 한다. 왜냐하면 죽음은 홀로 떠나는 것이지만, 결국 인연을 맺었던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남겨 두고, 살아왔던 삶만 가져가는 것이기에 그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 조부모님, 그리고 친척이나 친구, 은인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분들은 이 세상에서 우리와 잠시, 혹은 길게 인연을 맺고 사셨다. 그러니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이를 위해 자주 기도하자.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대한 우리 믿음의 표현이자 가장 큰 사랑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도 오늘을 지내며 착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생각하고 또 다짐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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