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20-2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0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

21 그때에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22 그때가 바로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기 때문이다.

23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이 땅에 큰 재난이, 이 백성에게 진노가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24 사람들은 칼날에 쓰러지고 포로가 되어 모든 민족들에게 끌려갈 것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25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26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27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28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미사강론 (2024.11.28.목 / [녹]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오늘 복음은 어제의 복음에서 계속 이어지는 내용이다. 어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에 대한 박해를 말씀하시면서 참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끝까지 사랑으로 인내하라는 격려의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종말의 때와 당신의 재림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그 말씀들은 종말이 곧 “징벌의 날”이고 분명히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상상조차 하기 두렵고 무서운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신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라며 희망을 안겨주신다.

  이는 우리가 정말로 꺼리는 세상 종말이 오히려 구원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정말로 기다려야 할 시간은 세상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세상 종말의 시간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순간에 우리가 두어야 할 시선의 방향은 과연 어디일까? 아마도 이 세상의 것은 아니고, 하느님을 향한 방향일 듯싶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것과 그에 대한 고마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하긴 향수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향수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분명 좋은 냄새 가운데에서 생활했고, 자신의 몸에서도 그 좋은 냄새를 풍기며 살았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행복한 시절을 행복한 줄 모르며 살고 있고, 건강할 때 건강의 고마움을 모르면서 산다. 그러다 보니 “태양과 물과 공기의 가치를 인간은 모른다. 단, 그것들이 없어져 봐야 알 수 있는데 그것들이 없어지는 순간 인간은 생존할 수 없고 결국 영원히 그 가치를 모르고 죽어간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너무나 많은 것을 받으면서 살고 있음에도 감사하지 못하다가 결국은 후회하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이 이렇게 후회하면서 사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 과거에 대해서도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고 지금이라는 시간에 더욱더 최선을 다해 생활할 것을 원하신다. 그러한 차원에서 오늘 복음도 이해할 수가 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종말에 대한 말씀하신다.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 그때에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실제로 예루살렘 성전은 서기 70년에 로마에 의해 함락되어 파괴되었다. 그리고 그때 백만 명 이상이 로마 군대에 의해 죽음을 당하였으며, 9천 7백 명이 포로로 끌려갔다. 이렇게 엄청난 희생을 치른 이유는 예루살렘 성전을 어떻게든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과거 예루살렘 성전의 영화로움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 더군다나 하느님의 집인 만큼 하느님께서 성전을 적군에게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들을 성전에 모여들게 만들었고 결국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피하라고, 즉 미련을 갖지 말고 끊을 것은 과감하게 끊어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 이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은총을 깨닫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고, 또 미래에 대한 걱정을 간직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지금이라는 현재에 최선을 다해 생활하는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종말에 대한 준비이며, 다시 오실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이다. 먼저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른 사람, 다른 것들에 감사하며지금 최선을 다해 살려고 애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