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9일 수 [백] 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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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01-29 조회수74 |
복음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35-4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36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37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설 미사 강론 (2025. 1. 29 ; 답십리 본당) 오늘은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시작되는 날로, 뱀띠 해, 그것도 푸른 뱀의 해가 시작되었다. 12지(支) 가운데 유일한 상상의 동물인 용이 유연함과 장수를 상징하는 뱀에게 한 해의 바통(bâton)을 넘겼다. ‘을사년’하면 교회사적으로는 형조의 포졸들이 천주교 신자들의 비밀 신앙 모임을 적발한 을사 추조 적발 사건(乙巳秋曹摘發事件, 1785), 즉‘명례방 사건’이 일어난 해이다. 이 사건으로 집 주인인 김범우(金範禹)는 유배됐고, 한국 천주교회 설립의 선구자인 이벽(李檗, 세례자 요한, 1754-1785)과 한국 최초의 세례자인 이승훈(李承薰, 베드로, 1756-1801)은 가족들에 의해 배교를 강요당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보다 유명한 것은 1905년 11월 17일 일본 제국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일본군을 동원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乙巳勒約)이다. 그에 따라 조선은 주권이 박탈당했고 통감부가 설치되었다. 일본의 조선 강점은 1910년에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실제 강점은 1905년 을사년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 불평등 조약으로 당시 비통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얼마나 컸으면 ‘을사년스럽다’란 말이 사용되다가 이후 ‘을씨년스럽다’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을사년”은 그렇게 해가 아니었다. 여러분은 뱀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사실 뱀은 우리에게 그다지 친숙한 동물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뱀을 생각할 때 무섭고 징그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경에서는 태초의 인간을 유혹해 원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한 존재로 묘사되며, 뱀은 하와를 유혹한 벌로 저주를 받아 배로 기어 다니게 되었다(창세 3, 14)는 것은 그전에는 다리가 있었거나 다른 모습이었음을 암시한다. 더구나 신기한 것은 뱀이 말하고 논쟁할 수 있는 영특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뱀은 영리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탓에 구약에서 혼돈, 곧 악의 세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이사야서에서는 창조주 하느님을 거스르는 혼돈의 “뱀 레비아탄”이 마침내 벌을 받고 사라지게 될 것임을 선포하고(27, 1), 시편은 하느님이 레비아탄의 머리를 깨뜨리셨다(74, 14)고 찬양한다. 그런데 뱀에게는 부정적이면서도 긍정적인 특성이 있다. 민수기에 보면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불평을 늘어놓자 하느님은 불 뱀들을 보내 그들을 치셨고 구리 뱀을 쳐다보는 사람은 살려주셨다(21, 4-9). 이 대목에서 파괴력과 치유력을 함께 지닌 뱀의 양면성이 드러난다. 이 일이 요한복음과 연결되어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3, 14)라는 말씀을 예수님은 하신다. 결국 불 뱀 사건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에 비유적으로 인용된 것이다. 그래서 교부들은 구리 뱀은 예수님의 몸을 상징하고 뱀 기둥은 십자가를 예표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마태 10, 16)는 뱀에게도 좋은 점이 있으니 그것을 닮되 영특함이 교활함이나 간교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비둘기의 순수함을 더하라고 조언한다. 곧 이 말씀들은 우리에게 모든 현상에 담긴 양면성에서 선을 찾아 본받는 지혜, 그리고 장점을 오용하여 악으로 타락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들려드리고 싶은 글이 있다. 제목은 “새해에는 작아도 예쁜 열매를 맺으며 살고 싶습니다.”라는 글이다. “돌아온 세월 돌아보니 삐뚤빼뚤 제멋대로 걸어온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걸어온 그 길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으니 살아온 길 추억으로 소중하게 간직하렵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요, 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은 길 위에 편지를 쓰는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에는 남들이 걸어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날아보지 못했던 하늘로 비상하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작아도 예쁜 열매를 맺으며 살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가끔씩 하늘도 바라보면서 살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마음을 열어 작고 세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힘든 일들이라도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세상에 휩쓸려 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꺾여진 나뭇가지가 되는 일이라도 담담하게 감당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새해에는 내가 있는 곳이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워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새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혁명 같은 것들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 글의 내용처럼 올해에는 세상에 휩쓸려 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내가 있는 곳이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때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주인을 기다리며 깨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인의 시중을 받을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였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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