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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3일 월 [녹] 연중 제4주간 월요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02-03 조회수68

복음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1-20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1 호수 건너편 게라사인들의 지방으로 갔다.

2 예수님께서 배에서 내리시자마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께 마주 왔다.

3 그는 무덤에서 살았는데,

어느 누구도 더 이상 그를 쇠사슬로 묶어 둘 수가 없었다.

4 이미 여러 번 족쇄와 쇠사슬로 묶어 두었으나,

그는 쇠사슬도 끊고 족쇄도 부수어 버려 아무도 그를 휘어잡을 수가 없었다.

5 그는 밤낮으로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고 돌로 제 몸을 치곤 하였다.

6 그는 멀리서 예수님을 보고 달려와 그 앞에 엎드려 절하며,

7 큰 소리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당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느님의 이름으로 당신께 말합니다.

저를 괴롭히지 말아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8 예수님께서 그에게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9 예수님께서 그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가 제 이름은 군대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0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

자기들을 그 지방 밖으로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청하였다.

11 마침 그곳 산 쪽에는 놓아기르는 많은 돼지 떼가 있었다.

12 그래서 더러운 영들이 예수님께, “저희를 돼지들에게 보내시어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13 예수님께서 허락하시니 더러운 영들이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천 마리쯤 되는 돼지 떼가 호수를 향해 비탈을 내리 달려,

호수에 빠져 죽고 말았다.

14 돼지를 치던 이들이 달아나 그 고을과 여러 촌락에 알렸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고 왔다.

15 그들은 예수님께 와서 마귀 들렸던 사람,

곧 군대라는 마귀가 들렸던 사람이

옷을 입고 제정신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겁이 났다.

16 그 일을 본 사람들이 마귀 들렸던 이와 돼지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17 그러자 그들은 예수님께 저희 고장에서 떠나 주십사고 청하기 시작하였다.

18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마귀 들렸던 이가 예수님께 같이 있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19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

20 그래서 그는 물러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해 주신 모든 일을

데카폴리스 지방에 선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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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간 월요일

(2025. 2. 3 ; 답십리 본당)

 

   오늘 복음의 배경인 게라사인들의 지방은 본래 게르게사인데, 성경을 필사하면서 잘못 옮긴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마태오 복음에서는 가다라인들의 지방이라고 지명을 달리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데카폴리스의 두 도시 게르게사가다라는 상당히 먼 곳으로 게르게사는 갈릴래아 호수 동남쪽으로 약 55km나 떨어진 사해 북쪽에 있다. 아마도 마태오 복음사가는 마귀 들린 돼지들이 비탈을 내리 달리기에는 너무 먼 거리라고 생각해서 가다라와 그 주변 지방이라고 기록한 것 같다. ‘게르게사쫓아낸 자들이 사는 곳이라는 뜻으로, 어쩌면 이방인들이 살고 있는 호수 동쪽 전 지역을 가르킬 수도 있다. 이 이야기는 마귀들에 대한 예수님의 권위가 이교도들의 땅에서도 행사됨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찾아온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은 한마디로 죽음의 세력이다. 이는 그가 무덤에서 살았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본래 무덤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죽은 이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더 나아가 이 사람은 사람들의 삶을 자꾸 죽음의 공포로 몰고 갔다. 왜냐하면 그를 여러 번 족쇄와 쇠사슬로 묶어 두었지만, 이마저도 부수어 버리고, 밤낮으로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며 돌로 제 몸을 쳤기 때문이다. 이렇게 게라사 지방은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진 곳이 되었고, 하느님의 영을 받아야 할 사람이 족쇄와 쇠사슬로도 다스리지 못하는 괴물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름을 물어보시자 제 이름은 군대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때 군대는 원문에서 군단이라고 하는데, 당시 로마 1개 군단(legio)6천 명이었으니, 한 사람 안에 얼마나 많은 악령이 들어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하셨고, 유다인들의 입장에서 부정한 짐승으로 여기던 돼지에게 도망치는 것을 허락하셨다.

   그 결과 이제 마귀 들렸던 사람에게서 마귀들은 나가고, 그는 옷을 입고 제정신으로 앉아있었다. 옷을 입고 앉아 있는 것은 더러운 영에 들렸던 낡은 인간성을 버린 것을 의미한다. 이는 바오로 사도의 표현을 빌리면,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에페 4, 24),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갈라 3, 27)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제정신이 들었다는 것은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와 같이, ‘제자리로 돌아왔다(루카 15, 17-20)는 것을 말해준다.

 

   예수님 덕분으로 마귀 군단에게서 벗어난 사람은 온전한 모습이 되어 그리스도와 함께 머물며 그분의 제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거부하신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가리옷 사람 유다와 같은 인물은 받아주시면서 이제 악령으로부터 깨끗해진 이는 받아들이지 않으신다. 사실 악령에서 해방되면 성인일까?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인간이 된 것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그에게 시킬 다른 일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알려라.”라고 말씀하신다. 결국 이방인 출신의 사도가 임명된 것이다. 이로써 이방인에 대한 구원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마귀를 내쫓는 이 이야기는 병을 고치는 다른 이야기들의 범위를 넘어서, 사탄의 왕국에 대한 예수님의 승리를 보여준다. 그리고 돼지 떼들의 익사는 이 고장에 대한 마귀들의 권세가 끝났음을, 곧 그곳이 더러움에서 해방되었음을 나타낸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배척을 받으셨다. 왜냐하면 게라사 주민들은 예수님께 자기들에게서 떠나 달라고 간청하였기 때문

   아무리 예수님께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셨다고 하여도, 이 일 때문에 생계에 가장 필요한 돼지 이천 마리가량이 죽어 속상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죽음의 그늘에서 해방된 사실보다도 당장 먹고살 문제에 마음이 쓰일 뿐이었다. 생계와 생명은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가 있는 낱말이다. 생계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을 지나치게 염려하고 걱정한다면 참생명을 알아보지 못하고 거부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가? 생계와 생명을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느 것에 중심을 두고 살아가는지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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