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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7일 금 [녹] 연중 제4주간 금요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02-07 조회수59

복음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14-29

그때에 14 예수님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마침내 헤로데 임금도 소문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서 그런 기적의 힘이 일어나지.” 하고 말하였다.

15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는 엘리야다.”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들과 같은 예언자다.” 하였다.

16 헤로데는 이러한 소문을 듣고,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 하고 말하였다.

17 이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 감옥에 묶어 둔 일이 있었다.

그의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 때문이었는데,

헤로데가 이 여자와 혼인하였던 것이다.

18 그래서 요한은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19 헤로디아는 요한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20 헤로데가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21 그런데 좋은 기회가 왔다.

헤로데가 자기 생일에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의 유지들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22 그 자리에 헤로디아의 딸이 들어가 춤을 추어,

헤로데와 그의 손님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임금은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나에게 청하여라. 너에게 주겠다.”

하고 말할 뿐만 아니라,

23 “네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왕국의 절반이라도 너에게 주겠다.” 하고 굳게 맹세까지 하였다.

24 소녀가 나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무엇을 청할까요?” 하자,

그 여자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여라.” 하고 일렀다.

25 소녀는 곧 서둘러 임금에게 가서,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다.

26 임금은 몹시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라

그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

27 그래서 임금은 곧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

경비병이 물러가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28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주었다.

29 그 뒤에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무덤에 모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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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간 금요일

(2025. 2. 7 ; 답십리 본당)

 

   오늘 복음에서 헤로데는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서 그런 기적의 힘이 일어나지.”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세례자 요한은 활동을 하면서 기적을 행한 적이 없다. 그렇게 보면 헤로데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였다. 그냥 진실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유는 죄책감 때문이다. 죄책감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현실을 왜곡한다. 다른 사람들이 예수님을 엘리야나 옛 예언자 중 하나로 보는 것과 같다.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의 죽음 과정을 전해준다. 엘리야의 영과 권능을 지닌 세례자 요한은 엘리야가 아합 임금과 이제벨 여왕을 꾸짖었던 것처럼, 헤로데와 헤로디아를 무섭게 꾸짖었다. 그들의 결혼이 합법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이는 어둠이 빛을 싫어하는 것과 같다.

   사실 더러운 이들에게 정결함은 적수가 되고, 타락한 이들에게는 고결함이 괴로움이 된다. 잔인한 이들은 자비를 보면 참지 못하고, 인정 없는 이들은 사랑과 진실을 참지 못하고, 불의한 이들은 정의를 참지 못한다. 그래서 요한은 곤경에 빠진다.

 

   오늘 복음에서는 의인과 악인의 극한 대조를 보여준다. 한편에는 음모를 꾸미고 속임수를 쓰며 악의에 찬 헤로디아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진실하고 강직하며 그 어떤 거짓에도 굴하지 않는 세례자 요한이 있다. 한편에는 폭군이지만 무능력한 헤로데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참수당하지만 힘 있는 세례자 요한이 있다. 한편에는 혀를 다스리지 못한 헤로데가 있고, 그의 혀는 잔치에서 맹세하지만 결국 타인의 죽음을 부르고 불의를 가져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혀가 곧은 요한이 있고, 그의 혀는 감옥에 갇히지만 자신의 죽음을 허용하되 의로움을 이룬다. 그리하여 헤로데가 받은 것은 요한의 머리지만 두려움이 되고, 세례자 요한이 받은 것은 쟁반이지만 순교의 월계관이 된다.

   이런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죽음을 예표해 준다. 춤 값으로 팔려버린 세례자 요한의 목숨은 참으로 억울한 죽음이다. 마치 은전 30냥에 팔려버린 예수님의 목숨처럼 억울한 죽음이다. 헤로디아의 조종을 받은 소녀가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주기를 요청하듯, 사제들과 유다 원로들의 조정을 받은 군중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쳤다. 세례자 요한의 머리가 쟁반에 올려지듯, 예수님의 온몸이 십자가 위에 올려졌다. 이처럼 의인 요한의 죽음은 예수님의 죽음을 미리 보여준다. 그러나 올가미에 걸려 넘어진 이는 의인이 아니라 폭군이었다. 거짓을 꾸미는 악인의 혀는 결국 자신이 쳐놓은 덫에 걸려 넘어지고, 진실된 의인의 혀는 영광의 관이 씌워졌다.

 

   그런데 실상 헤로데가 요한의 머리는 베었어도 그의 소리는 벨 수가 없었다. 혀는 잠잠하게 만들었지만 그 소리는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감옥에 묶어 두어도 외치고 죽어서 쟁반 위에서도 살아 외친다. 세월이 흐를지라도 폭군의 죄악을 고발하는 의인의 외치는 소리는 계속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도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은 여전히 외치고 계신다. 이제 우리도 진리와 정의를 위해 외치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무관심의 세계화가 남을 위해 우는 법을 빼앗아 가버린 이 시대에, 남을 위해 우는 법을 다시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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