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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6일 목 [자]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03-06 조회수53

복음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9,22-2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22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하고 이르셨다.

23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24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25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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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2025. 3. 6 ; 답십리 본당)


   세상에 참으로 많은 종교가 있지만, 믿음의 대상이 비참한 몰골을 하고 있고, 또 그런 모습을 경배하는 경우는 그리스도교밖에 없는 것 같다. 가령 불교는 부처상을 앞에 두고 예배하는데, 그 모습은 매우 평화롭고 세상 고통을 초탈한 것처럼 보인다. 원불교는 동그란 원을 그려 우주의 궁극적 진리를 표현한다. 이슬람은 쿠란의 여러 문구를 예술적으로 그려 놓는데, 이 역시 알라의 초월성을 상징한다. 그런데 유독 천주교만 예수님께서 못 박혀 돌아가신 모습의 십자가를 걸어 놓는다. 절대자의 고통, 그 절대자의 죽음을 앞에 두고 경배하는 것이다. 그렇게 전지전능하시지만 동시에 무력하시고, 초월적이시나 가장 버림받은 곳에 머물러 계시는 분을 경배한다.

 

   실상 십자가는 죄인이 지고 가는 형벌 도구이다. 십자가를 지고 그 위에서 죽었다는 것은 극악무도한 죄를 지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죄도 없으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다.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로 억울하게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또 십자가는 무겁다. 예수님께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신 이유는 가족이라는 무게,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무게, 사회적 책임이라는 무게 등 온갖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생하는 이들과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또한 십자가는 외로운 자리이다. 십자가를 지고 간다는 것은 갖은 비난과 모욕을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십자가를 지고 죽음을 향하여 걸어가는 것은 철저한 고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외로움에 떨고 있는 이들과 함께하시려고 십자가를 지셨다.

 

   이렇듯 예수님께서는 억울하게 고통받는 이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이들, 외로움에 떨고 있는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세상 사람들을 내려다보시며 혀를 차시는 분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고통받으시고, 그들의 노고를 함께 짊어지시며, 그들의 외로움을 사랑으로 채워 주시려고 몸소 그들의 자리인 십자가를 지고 가신다. 그러기에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을 모시고 경배한다.

 

   그런 예수님께서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내가 너희를 위해 피를 흘린 것처럼, 너희도 이웃을 위해 피를 흘려라!”라는 뜻과 같다. 나에게 주어진 고통을 견뎌낸다고 다 십자가가 아니라 이웃을 위해 굳이 당하지 않아도 되는 고통을 견뎌낼 수 있을 때 그것이 참으로 생명의 십자가가 된다. 우리 등엔 생명의 십자가가 지워져 있어야 한다. 십자가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우리의 사랑을 당신에게 증거 할 방법으로 주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고 순종하며 십자가를 지십시오! 그러면 마지막에는 그 십자가가 여러분을 져줄 것입니다(성 토마스 아 켐퍼스)라는 말씀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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