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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0일 목 [자] 사순 제2주간 목요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5-03-20 조회수40

복음

<너는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9-31

그때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말씀하셨다.

19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20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21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

22 그러다 그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

부자도 죽어 묻혔다. 23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

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

24 그래서 그가 소리를 질러 말하였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25 그러자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26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27 부자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할아버지, 제발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28 저에게 다섯 형제가 있는데, 라자로가 그들에게 경고하여

그들만은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29 아브라함이, ‘그들에게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하고 대답하자,

30 부자가 다시 안 됩니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가야 그들이 회개할 것입니다.’ 하였다.

31 그에게 아브라함이 이렇게 일렀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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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간 목요일

(2025. 3. 20 ; 답십리 본당)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인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를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옛날이야기 한 토막을 전해주듯 말씀하신다. 이 비유에서 분명하게 눈에 띄는 주제는 권선징악(勸善懲惡), 상선벌악(賞善罰惡) 등 올바르거나 그렇게 살지 못한 삶에 대한 하느님 앞에서의 결과이다. 그리고 심판 후에 후회해 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언급하신다.

 

   거지였던 라자로는, 아니 거지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절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늘 복음도 라자로를 거지라고 하지 않고, 단순히 가난한 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라자로는 부자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려고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라자로는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을 살았지만, 부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래도 자신 때문에 라자로가 삶을 조금이나마 연명한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사실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이 없었다면, 그 집 대문 앞에 누워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얻어먹을 것이 없는데, 왜 그 대문 앞에 있었겠는가, 다른 집으로 갔지? 그래서 그는 자신이 라자로에게 매우 고마운 존재라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비유에서 죽은 후에 라자로를 시켜 물을 찍어 혀를 식히게 해 달라고 하거나 세상에 남아 있는 다섯 형제에게 라자로를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보면, 라자로에게 자신은 은인이라고 생각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라자로 역시 곪아터진 종기를 개들이 와서 핥아대도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살 수 있었기에, 부자에게 별 불만이 없었을 수 있다. 구걸하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어찌 보면 부자도 라자로에게 못한 것이 없고, 라자로도 부자에게 원망할 것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부자는 큰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목마른 굶주림을 겪어야 했고, 자신의 도움을 입은 라자로에게 무엇도 부탁할 수조차 없는 상태에 놓였다. 그리고 라자로는 평생 잘한 일도 없고 구걸해 얻어먹는 처지였을 뿐인데,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호사를 누린다. 반면 부자는 저승에서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가족들을 생각해 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냉정하게 그것이 부질없는 노력이라고 한다. 그래서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죄 없다고 말하는, 다시 말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오늘 복음의 부자는 악한 행동이나 범죄를 일삼는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자기 재산을 가지고 화사하고 값진 옷을 입고 다니며 날마다 즐겁고 호화로운 삶을 살았을 뿐이다. 라자로가 대문 앞에서 음식을 주워 먹으려 했음을 알았지만 학대하거나 다른 곳으로 가라고 내쫓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죄를 짓지 않는, 그래서 되도록 결과가 좋은 상태가 아니라 대문 앞에 놓인 라자로를 거두어 씻겨주는 사랑의 실천이었기 때문이다.

 

   실상 우리가 살아가면서 죄를 범하는 것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사랑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게으름과 무관심이다. 그렇기에 자꾸 뒤로, 여유가 생기면, 일단 나 좀 챙기고라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미루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젠 마음을 바꾸어 사랑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덕분에 살아가는 라자로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기쁘게 살아가는 세상, 하늘나라에서도 함께 행복과 위안을 받으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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